욕망할 뿐 행하지 않으면 병이 난다

욕망할 뿐 행하지 않으면 병이 난다. 이 중얼거림은 욕망할 뿐 행하지 않으면 병이 나므로 절대적으로 그 욕망을 행해야만 한다는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라 —물론 그런 의미일 수도 있겠으나, 지금 나의 의도에 가깝기로는— 내가 지금 그 욕망을 행하지 못해 병이 날 것만 같다는 의미로 하는 말이다. 욕망할 뿐 행하지 못해 병이 날 것 같다, 병이 날 것만 같다, 병이 나버렸다. 욕구가 또는 욕망이 만족되지 못하는 상태의 지속은 사람을 병이 들게 한다. 욕망이 행위가 되지 못하고, 욕망과 욕구의 상태에 머무는 것은 왜인가. 그 이유는 그것이 부재의 욕구, 부재하는 것에 대한 욕구이기 때문이다. 없어져버리겠다는 욕구, 결국은 없어질 것에 대한 욕구, 존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욕구. 없는 것을 욕망하는 일은 절절하고 외로운 일이다. 부재를 욕망하고, 부재하는 것을 욕망하면, 결국 병이 난다. 병이 든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몸이, 마음이 전과 같지 않다는 것, 변했다는 것을 말한다. 변형, 변태, 변질. 그리하여 무엇이 되어버렸다. 그리하여 무엇으로 변하고 말았다는 것. 얼떨결에 들어오게 된 이 욕망의 방에는, 조용한 부재의 욕구와 원하지만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의 이미지와, 결국 병이 나 변질, 변형된 일련의 것들이 놓여 있다. 그러나 그 변형이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모두가 적어도 조금씩은 병이 나있다. 이 작은 욕망의 공간은 그 병을 짓궂은 방법으로 보여준다. 외로움과 고독은 자기만의 것이라 딱히 꺼내놓을 자리도 없건만, 가끔은 이런 짓궂음도 좋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