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hive

Oil on canvas, 315mm ✕ 410mm each, 2022

벌집은 형태적으로도 매우 묘하고 아름답지만, 벌집을 그린 것은 그저 조형적으로 매료되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벌집을 일종의 포트레이트로 보았다. 사람이 벌집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처럼 그 자리에 있다. 벌집이 안정적으로 나뭇가지에 또는 어느 곳에 매달려 있다면 겨우 찾은 그 안정의 지점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다. 그러나 갑자기, 예측할 수 없는 때에 그 안정에 어떤 충격이 가해지면, 그 안정을 무너뜨리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벌집은 일촉측발의 사태가 된다. 이 묘한 공간은 벌들과 그들이 모은 꿀로 차있다. 에너지가 잔뜩 응축되어 있는 이 공간에 무엇인가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다. 안에서 드글드글하게 감춰져 있던 것들이 밖으로 분출해버리고 만다. 사태가 일어나고 그 후에야 안다. 그것이 응축과 은폐의 공간이었음을, 사람이 그런 존재임을. 아무렇지 않아야 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에, 꾹 누르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모두는 벌집이었음을.

Beehive

Oil on canvas, 315mm ✕ 410mm each, 2022

벌집은 형태적으로도 매우 묘하고 아름답지만, 벌집을 그린 것은 그저 조형적으로 매료되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벌집을 일종의 포트레이트로 보았다. 사람이 벌집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처럼 그 자리에 있다. 벌집이 안정적으로 나뭇가지에 또는 어느 곳에 매달려 있다면 겨우 찾은 그 안정의 지점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다. 그러나 갑자기, 예측할 수 없는 때에 그 안정에 어떤 충격이 가해지면, 그 안정을 무너뜨리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벌집은 일촉측발의 사태가 된다. 이 묘한 공간은 벌들과 그들이 모은 꿀로 차있다. 에너지가 잔뜩 응축되어 있는 이 공간에 무엇인가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다. 안에서 드글드글하게 감춰져 있던 것들이 밖으로 분출해버리고 만다. 사태가 일어나고 그 후에야 안다. 그것이 응축과 은폐의 공간이었음을, 사람이 그런 존재임을. 아무렇지 않아야 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에, 꾹 누르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모두는 벌집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