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살기를 원해서 삶을 시작하게 된 사람은 없다. 삶은 그저 그녀에게 주어진 것일 뿐이었다. 삶의 이유를 찾는 그녀에게 그 이유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모두가 경험하는 그런 흔한 외로움이 아닌 더 힘든 처절한 외로움이 그녀가 경험하는 외로움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아마도 사랑이, 그 절망적인 외로움으로부터 그녀를 구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런 믿음 때문인지 그녀는 많이 외로워 보이는 사람에게, 어쩐지 그녀의 외로움을 알아줄 것 같은 사람에게 형언할 수 없는 애정을 느꼈다. 그리고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그녀를 이끌었다. 그녀는 그 세계가 좋았다. 그도 그 세계를 좋아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녀도, 그도, 그 세계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의 삶은 실제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2

그녀는 늘 마음에 그녀의 죽음을 그렸다. 죽음은 그녀에게 너무나 가깝고도 친밀한 주제였다. 그녀는 종종 묻고는 했다. “내가 나의 죽음을 경험할 수 있을까? 죽음을 떠올리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녀는 매일 죽음을 염두에 두고 집을 나오는 사람이었다. 죽음이 그녀에게 그렇게 가까운 것이라면 그녀는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그녀의 죽은 몸이 누워있는 그 좁은 공간을 꾸미는 것?

3

그녀는 이 세계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했던 그녀는 그곳에 없었다. 그녀는 그녀의 일방적인 기억에 의존해 아직 살아 있다. 그 기억은 곧 없어질, 종종 낭만적인, 때때로 아름다운, 그러나 결국에는 시간을 따라 희미해지고 또 희미해질 그녀만의 기억이다. 그녀는 그녀를 삶의 허공에 매달아줄 삶의 낭만적 모습과 낭만적 사랑을 마음에 그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낭만적 모습이라는 것은 잘 보이지도 않고 잘 잡히지도 않는 그런 것이었다.

4

그녀는 현실에 사는 것보다 그녀가 그린 세계에 사는 것이 더 좋았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나를 닮았다. 그녀는 곧잘 상상에 젖을 뿐만 아니라, 빠져나오기 어려운, 그리하여 그녀에게는 더 완벽한 것이 되고 마는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 이 세계는 그녀가 그린 세계와는 다르다. 어떤 사랑이든 어느 정도는 낭만적인 것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세계에 매달린 그와 그녀는 삶을 살아가는 중에 점점 기운을 잃어간다. 현실은, 실제적이고 진정한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반면 그녀의 세계는 허공의 구름에 걸려 있다. 안타깝게도, 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매우 이기적이다. 물론 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그녀만 상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이 같은 상상은 이기의 표현이자, 그의 인간적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 상상은 어쩌면 그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고, 그를 위하는 것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사랑에 반하는 어떤 것이다.

5

그것은 자기에게만 지나치게 몰입한 결과이다. 그녀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녀는 그녀 가까이에 있는 모든 아픔과 죽음, 슬픔이 그녀를 매우 깊게 만들었다고 믿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녀가 마음에 그린 것이 구름에 걸린, 없는 세계라 하더라도 그 세계가 삶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녀는, 많은 좌절을 경험한 뒤에, 그 세계가 없이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낭만적인 것보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것이 그녀를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얼마나 아프고 외로운 일인가.

6

결국 그녀의 삶은 죽음과 같은 것이었다.